1. 3조 6천억 원짜리 탈출극과 Character.AI의 비밀
구글의 황금기를 이끌던 천재 엔지니어 노암 샤지어의 행보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당시 샤지어는 자신이 개발한 대화형 AI인 LaMDA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구글 이름으로 전 세계에 출시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구글 경영진은 인공지능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나 윤리적 책임,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제품 출시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관료주의적이고 지나치게 신중한 구글의 태도에 깊은 답답함을 느낀 샤지어는 결국 21년간 몸담았던 구글에 사표를 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동료 연구원인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Daniel De Freitas)와 함께 사용자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AI 스타트업인 ‘Character.AI’를 창업했다.
2. 스타트업 창업과 거대 모델 운영의 한계
Character.AI는 출시 직후 전 세계 z세대 사용자들 사이에서 가공할 만한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의 유명 정치인, 애니메이션 주인공, 혹은 가상의 연인과 고도화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매주 수백만 명의 활성 사용자를 모으며 순식간에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힘든 파괴적인 비용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대형 언어 모델을 유지하고 수천만 명의 실시간 대화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포함한 천문학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비용이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어야 했다. 거대 빅테크 기업의 자본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유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성형 AI 스타트업의 냉혹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여기에 저작권 및 서비스 안전성과 관련된 각종 소송 리스크까지 겹치며 Character.AI는 경영전략의 수정을 압박받게 되었다.
3. 구글의 꼼수 계약과 27억 달러의 진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구글이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연합에 밀려 AI 주도권을 고전하고 있던 구글은 자사 출신의 천재 연구자 노암 샤지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기상천외한 계약을 설계했다.
2024년 8월, 구글은 Character.AI라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만약 기업을 인수할 경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전 세계 규제 당국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와 심사에 걸려 계약이 무산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 구글은 Character.AI의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의 핵심 인력들을 구글로 대거 영입하는 ‘인재 영입(Acqui-hire)’ 방식을 취했다.
계약을 위해 구글이 지불한 금액은 무려 27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이 천문학적인 자금의 상당 부분은 Character.AI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창업자 노암 샤지어의 몫으로 돌아갔다. 샤지어는 이 계약 한 번으로 개인적으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부유한 엔지니어 반열에 올랐다. 구글 내부에서는 그를 다시 모셔오기 위해 “노암 샤지어 한 명에게 수조 원을 썼다”는 말이 당연하게 돌았다.
4. 구글 제미나이 공동 리더로서의 짧은 행보
구글 부사장(VP of Engineering) 직책을 달고 화려하게 친정으로 복귀한 노암 샤지어에게 맡겨진 임무는 막중했다.
구글은 그를 자사의 플래그십 인공지능인 ‘제미나이(Gemini)’ 팀의 공동 리더(Co-lead)로 임명했다. 오픈AI의 GPT 모델을 따라잡아야 하는 특명을 받은 샤지어는 구글의 방대한 텐서 처리 장치(TPU) 인프라를 장악하고 제미나이 차세대 모델의 아키텍처 개량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복귀 직후부터 모델의 연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멀티모달 기능의 핵심 구조를 뜯어고치는 등 밤낮없이 연구를 지휘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상과 달리 그가 구글의 안락한 품과 거대한 인프라 속에서 제미나이를 이끈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단 10개월 미만의 기간에 불과했다. 구글 내부의 구조적인 한계와 외부의 더 강력한 유혹이 그의 마음을 다시 한번 흔들었기 때문이다.